김호이2025-05-312025-05-312023-03-18https://www.reading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2370http://data.inu.ac.kr/handle/123456789/1539거대한 스케일과 세밀한 스케치로 오직 구병모만이 구현 가능한 소설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구병모 작가의 미니픽션인 <로렘 입숨의 책>이 지난 2023년1월31일 안온북스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200자 원고지 50장 내외의 작품 열세 편을 모은 책으로서 이번 책에서 구병모 작가는 그동안 보여준 심미적인 색체를 더욱 강렬하게 내뱉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과 의식을 소설화해내는 능력을 여지없이 펼쳐 보였다. 모두 달라보이는 열세 가지의 색감은 소설을 다 읽고나서야 도달하게 될 높은 고도에서 내려다 보면 비로소 그 진면모를 알 수 있다. 마치 나스카의 지상화를 마주한 순간처럼 놀랄 수밖에 없는 작품들은 살필수록 짧은 분량 안에 꼼꼼히 덧칠해 새겨 넣은 메시지 (또는 메시지 없음)에 숨죽이게 한다. 책 제목인 로렘 입숨은 뜻 없이 셰이프를 잡기 위해 흘려놓은 무작위 더미 텍스트를 가리키지만 그 뜻 없는 낮섦이 우리를 완벽하고 세련된 작품의 세계로 이끈다. 과 악에 대한 관념이든 언어나 예술에 대한 태도이든 세대나 시대의 위기 감각이든 구병모 작가는 자신의 위도를 쉽게 발설하지 않고 소설화하여 그 구조로서 드러나게 한다. 이런 거대한 사고를 세밀하게 소설화하는 능력의 탁월한 힘은 <로렘 입숨의 책>에 실린 다양한 작품으로 그 빛을 발한다. 이것은 소설과 세계에 대한 구병모 작가만의 면밀한 대응이며 비장한 다짐으로 읽힌다. 애써 소설의 존재 의무를 따져 묻는 일이 소설을 쓰는 사람인 소설가와 읽는 사람인 독자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이 책 <로렘 입숨의 책- 구병모의 미니픽션>에 모인 소설들과 함께 그 먼 고도에 가닿게 한다. 재밌게 읽고 나서야 그 소설의 규모와 숨겨진 의도를 알고 감탄하게 하는 것은 여느 소설가도 탐내는 구병모 작가의 장기일 것이다. <로렘 임숨의 책>에 실린 첫 작품인 <화장의 도시>는 태어나자마자 몸에 심겨진 나노 시드가 그 사람이 죽은 이후 꽃으로 피어나면서 그 삶을 증명한다는 어느 도시의 장례 정책을 통해서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양면을 드러내는 듯 하지만 반드시 착하기만 허거나 악하기만 한 사람이 없듯이 선과 악을 가르는 일에는 또 다른 사회적 모순이 숨겨져 있음을 보여주는 레토릭을 구현한다. 이렇게 구병모 작가는 미니픽션이라는 한계가 분명해 보이는 규격에도 불구하고 영토와 시간, 그리고 인간과 신의 경계를 무참히 가로지르고 단숨에 제압해 소설 한편의 완성도와 가능성은 규모로 결정할 수 없을 증명해낸다. 그렇기에 짧은 소설이라고 해서 그 품이 덜 드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거대하고도 세밀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이 책에는 작품의 시작점과 쓰고 난 후의 소회 등을 담은 작가 노트가 작품마다 더해져 읽는 묘미를 더해준다. 우리는 구병모 작가가 가진 소설적 역량을 이해하면서도 때론 오해했고 지당하고도 그럴 듯하다고 믿는 근거로 부당한 요구를 더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구병모 작가의 너른 지평과 진수를 한권에 담아낸 <로렘 입숨의 책>과 함께 짧은 위로가 켜켜이 더해진 구병모 작가만의 깊이를 한껏 누릴 수 있다. 한편 지난 2023년 3월6일 서울 강남 교보문고에서 <로렘 입숨의 책> 출간기념 사인회가 진행됐는데 수많은 독자 팬들이 찾아와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위저드 베이커리>로 큰 인기를 얻은 구병모 작가. 위저드 베이커리를 이을 또 한권의 책이 출간됐다. 제목은 <로렘 입숨의 책-구병모의 미니픽션>이다.other구병모 작가의 로렘 입숨의 책 출간기념 사인회김호이의 북적북적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