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첫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개정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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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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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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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뉴스=윤지현 기자] 구병모 첫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민음사) 개정판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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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는 아니지만>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으로, 개정판에는 2011년 출간 당시 수록하지 않았던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이 포함됐다. 2010년에 쓰인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자리를 잡기 위해 온갖 비학문적인 일을 하는 남편을 둔 아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광고물 디자이너인 화자는 엉덩이에 꼬리가 생긴 것 같은 불편함에 어려움을 겪던 중 마침 자신이 광고지를 만들고 있던 병원인 ‘21세기 학문외과’를 찾게 된다. 신체 부위의 명칭을 병원 간판에 직접 표기할 수 없다는 당시 의료법에 따라 ‘항문’을 ‘학문’으로 쓰게 된 병원. 그런데 학문이라 쓰인 것을 항문이라 읽는 것은 병원 간판을 읽는 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듯하다.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의 삶이 속해 있는 학문이라는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한 자들의 세속화에 대한 비판이 ‘21세기 학문외과’라는 아이러니한 유머 속에 냉소의 그늘을 드리운다. 그 외 작품들 역시 작가의 섬세한 교정 작업을 거쳐 독자들 앞에 선다. 비유가 금지된 도시의 사연을 담은 ‘마치…… 같은 이야기’, 만취한 채 정신을 잃은 뒤 깨어 보니 땅 속 주물에 갇혀 있었던 어느 남자의 황당한 일화를 다룬 ‘타자의 탄생’, 한마디 말 때문에 살해당하는 유치원 교사를 그린 ‘고의는 아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뜯어 먹는 새떼가 등장하는 ‘조장기’, 아이의 칭얼거림을 참지 못해 아이를 세탁기에 집어넣는 여자의 내면을 다룬 ‘어떤 자장가’, 감정을 느끼는 세포가 꿰매어진 소년을 만날 수 있는 ‘재봉틀 여인’, 성욕을 느끼는 순간 몸속에서 곤충이 튀어나오는 남자를 그린 ‘곤충도감’ 등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갈등을 ‘구병모식’ 깊은 통찰과 예민한 감각으로 그려 나간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작가가 이후 발표한 작품들에 깃들어 있는 문제의식과 표현 방식, 즉 구병모라는 한 세계의 기원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각별한 ‘첫 소설집’이다. 초판 추천사를 쓴 오은 시인이 10년 만에 재출간되는 이 책의 추천사를 다시 쓴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읽어도 날카롭기만 하다.”는 오은 시인의 말처럼 지난 시간은 소설을 조금도 뒤로 보내지 않았다. 구병모 작가에 대한 오랜 신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조명한 황광수 평론가의 글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이번 개정판이 갖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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