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작가님의 모든 장편 및 단편 소설을 빠짐없이 수록하여, 작가님의 방대한 문학적 궤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구병모 작가님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어 왔는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분들께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규정되지 않는 미래”와 “고착되지 않은 과거”(p. 33) 사이에 수많은 가능성들이 열리기 마련이고, 이 가능성을 품은 채 ‘진여’는 예측할 수 없는 현재를 살아낸다. 어디로 출근하는지 알 수 없지만 늘 그렇듯 출근을 하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타던 대로 열차에 오른다. 분명 어제는 학교 선생님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학생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놀랄 것은 없다. 과거에 일어난 사태는 오늘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일관된 질서를 생성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능한 이야기일 뿐, 일상도 질서도 파괴된 등장인물 ‘진여’에게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우리는 끝내 ‘진여’라는 인물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읽는 일이, 진여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의 실체를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일이 바로 뒤 문장에 의해 해체되고, 그다음 문장에 의해 무력화된다. 소설은 계속해서 확실하게 말해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지우며 파편화된 순간의 사태에 몰두한다. 믿어왔던 것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어제와 오늘, ‘너’와 ‘나’를 구분할 수 없도록 집요하게 몰아가는 구병모의 문장들을 그저 묵묵히 따라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